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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네 야산 어딘가에 지뢰, 3,021발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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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업무관리자 작성일19-10-22 18:08 조회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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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10.8] 동네 야산 어딘가에 지뢰, 3,021발 못 찾았다.

방공기지 주변 등 40곳 1980년대까지 5만 3,700발

5만 679발은 찾아 없앴으나 "37곳 3,021발은 남아"

서울 우면산에서는 1,000발중 982발 없애 18개는 유실 추정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은 빗물을 머금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이따금 사람들이 오갔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산책하던 한 주민이 말했다. 좁게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과거지뢰지대'(PAST MINE ZONE)라는 팻말이 등장했다. 팻말 뒤에 놓인 안내문에는 "이 지역은 과거 지뢰 매설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일부 유실 또는 미제거 지뢰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안전한 산행을 위해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는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지뢰밭'은 남과 북이 마주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산책길에서도 한두 발자국만 벗어나면 펼쳐졌다. 우면산 정상에 있는 공군 방공부대 인근이 대표적이다. 1953년 휴전 이후 한국군은 1980년대까지 후방지역 방공기지나 탄약창 등 주변에 대인지뢰를 묻었다. 군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이곳 방공부대 인근에도 군은 1980년대 발목지뢰(M14 대인지뢰) 1천발을 묻었다. 지뢰의 시설 방어 효용이 떨어지자 군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우면산 지뢰 982발을 제거했다. 그러나 나머지 18발은 제거하지 못했다. 유실된 것이다.

유실 지뢰에 따른 피해 우려가 크지만, 시민들은 과거지뢰지대 바로 옆으로 산책을 다니고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 과거지뢰지대 지점에는 철조망조차 설치돼 있지 않고, 경고 표지를 볼 수 없어, 주민들이 무심코 지뢰지대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하지만 안전관리는 지방정부의 몫이 아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산책길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며, 자치구는 간단한 산책길 정비 등 관리만 하고 있다. 지뢰 안전에 대한 것은 군에서 맡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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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과 같은 '후방지역 지뢰' 매설지는 전국적으로 40곳에 이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제출받은 ‘후방 방공기지 지뢰제거 현황’을 보면, 비무장지대가 아닌 후방지역에 매설된 지뢰는 모두 5만3,700발이다. 이 가운데 5만679발은 제거됐지만, 아직 3021발이 남아 있다. 이 지뢰는 우면산을 비롯해 부산 해운대, 경북 성주, 경남 김해, 울산, 경기 성남 등 전국 37곳에 묻혀 있다. 40곳 가운데 지뢰가 완전히 제거된 지역은 대구 가창, 인천, 구미 금오산 등 3곳뿐이다.

문제는 회수되지 못한 지뢰로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뢰피해자를 돕는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평화나눔회(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한국전쟁 휴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집계한 '민간인 지뢰피해자'는 모두 608명이다. 이 가운데 239명이 지뢰폭발로 숨졌고, 369명이 다쳤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지뢰 사고로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이나, 사고 후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갔을 경우에는 집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후방 지뢰 매설지는 산책로나 일반 도로 등으로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지역이어서 지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산사태, 폭우, 강풍, 지진 등으로 유실된 지뢰가 산책로로 흘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4년에 경기도 김포 장릉산에서 유실된 지뢰가 폭발하면서 60여명이 죽거나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지뢰는 산사태뿐만 아니라 산불 발생 때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2009년 경북 포항 고금산에서 산불이 났을 때 소방관들이 지뢰지대로 들어가지 못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1987년 부산 태종대 중리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과정에서 지뢰를 밟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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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회수하지 못한 3021발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방지역 지뢰지대에 매설된 M14 대인지뢰(직경 5.5㎝, 높이 4㎝, 무게 112g)는 작고 가벼워 다른 지뢰보다 물에 떠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군에서 묻었다고 작성한 기록이 부정확한 지역도 여럿이다.

군은 1990년대부터 비무장지대와 후방지역의 지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평균 약 4억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수거하는 지뢰의 양은 500발 정도다. 남한 지역에만 약 127만발(비무장지대 52만발, 민통선 이북 74만발, 민통선 이남 1만발)이 매설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속도라면 남한의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 40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예상한다.

지뢰 탐지와 제거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폭발물인 탓에 속도를 내서 작업할 수 없고, 지뢰가 묻혔을 가능성이 큰 지역을 찬찬히 뒤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뢰탐지기로 잡히지 않으면, 나무를 제거한 뒤 지뢰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땅을 일일이 파헤치는 방식으로 지뢰를 찾아 제거한다.

이런 이유에서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만은 2006년부터 국제지뢰행동기준을 도입하고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국공 내전 당시 진먼섬에 매설된 지뢰를 7년 만에 모두 제거했다. 당시 대만은 지뢰방지법을 제정한 뒤, 군 사령부가 기획을 담당하고, 방위사령부가 전담 조직 구실을 맡았다. 지뢰는 군 지뢰제거팀과 민간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비용은 8,400만달러에 그쳤고, 1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방치된 지뢰 문제는 국방부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뢰제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기술이 축적된 민간과 협력해 후방지역, 민통선 이남부터 하루빨리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지금도 활발하게 지뢰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후방지역은 철조망을 치고 안내판을 붙이는 등 민간인 안전을 확보한 뒤에 제거 작업을 진행한다. 민간의 참여도 고려할 만하지만, 현행법상 민간인이 지뢰제거 작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한겨레) 동네 야산 어딘가에 지뢰, 3,021발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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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민홍철